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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세미나]'카스테라' 소설 감상문

Guk developer 2021. 4. 29. 01:37
아래 글은 단편 소설집 「카스테라」 중 소설 '카스테라'를 읽고 작성한 감상문을 각색한 글입니다
'카스테라' 소설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한번 여러분만의 감상과 저의 감상을 비교해보시면 유익할 것 같습니다..!

소설 '카스테라'짧은 분량, 친근한 말투의 문체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전개방식, 소재가 워낙 독특우리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좀 유별난? 소설입니다

치열하고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신비한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울먹이는 우리의 냉장고

 우웅우웅. 몇 달 전부터 이 집으로 이사 올 때, 붙박이 가전제품으로 이 집을 조용히 지키고 있던 냉장고가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참을만 했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소음이 심해지더니 나중에는 냉장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한동안 애를 먹었다. 결국 몇주 전 AS를 신청했고 수리 기사님이 오셔서 냉장고를 뜯어 보았다. “이거 냉장고 모터가 낡아서 그럽니다. 모터만 새로 교체하시면 소음은 해결될 거에요” 다행히 냉장고 안에 미지의 생명체라도 들어있을 거라고 한껏 걱정하던 우리 가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여기 진짜가 나타났다. AS 기사가 무려 4번이나 방문을 해도, 의심되는 모든 부품을 교체하고 손 보아도 마치 맞으면 맞을수록 강해지는 만화 속 악당처럼 끊임없이 우렁찬 소음을 내뿜는 냉장고를 주인공은 중고가전상으로부터 개의치 않게 집에 들이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만남은 인류 역사상에 있어 가히 운명적인 일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바로 인간과 냉장고가 최초로 친구가 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신이 위대한 냉장고를 홀대했다고 생각한 그는 음식을 넣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소중한 것 그리고 해악인 것, 온갖 것들을 냉장고에 집어넣기 시작한다. 그리고 20세기의 마지막 밤이 흘러간 다음 날, 냉장고의 소음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단 마냥 사라지고 그 안에는 접시 위 카스테라 한 조각만이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소설을 첫 번째 읽고 든 생각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이지?” 마음을 다잡고 범인의 혈액을 분석하는 감식관처럼 문장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뜯어 보았다. 그렇게 두 번째 독서 후에 든 생각은 “이게 도데체 무슨 이야기이지?” 책을 읽는 목적, 특히 소설책을 읽는 주된 목적이 책의 내용과 작가의 의도를 100%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어느 책의 줄기 정도는 파악해야 감동을 하든지, 재미를 느끼든지, 자기반성을 한다든지 후속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짧은 책이지만 비현실적인 상황설정, 중간중간 등장하는 두서없는 문장들이 꽉꽉 쌓여 내 식도조차 통과하지 못한 상태였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 보았는데 정말 각양각색의 해석들이 있었다. 열심히 읽어 보았지만, 이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줄 만한 시원하고 마음에 와닿는 해설은 찾지 못하였다. 그렇게 전전하는 중, ‘주인공의 외로움’에 초점을 둔 기사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은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냉장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냉장고에 사람, 기관, 국가를 포함해 온갖 것들을 집어넣는데 이건 또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해석하는 것이다. 참, 여기서부터는 내 머릿속에 정리한, 물론 아직 혼란스럽고 내일 아침이면 또 다른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지만, 나름의 해석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냉장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 전에 우리의 주인공에 대해 살펴보자. 그는 어떻게 보더라도 사회에 잘 적응한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 부모님과의 갈등, 학교에도 성실히 나가지 않으며, 따로 연락하는 사람도 없어 보인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일말의 매력도 느껴지지 않은 딱딱한 냉장고랑 관계를 형성하는 정도이니 안쓰럽고 불쌍하다. 한편, 냉장고는 일종의 가림막이라고 할 수 있다. 안에 있는 대상하고 나는 냉장고 문을 기준으로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가. 또 냉장고 안은 모두가 알다시피 정이 넘치는 따뜻한 곳이 아니라 냉랭하고 차가운 곳이다. 이 두 가지 사실로 보았을 때, 주인공이 가족, 정치인, 학교 그리고 국가를 냉장고에 집어 넣는 행위는 이들과 주인공 자신을 분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앞서 말헀듯이 주인공은 사회 부적응자이다. 그에게는 가족도, 사회도 그리고 세계도 그가 속해있는 곳이지만 일종의 소속감이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다. 마치 버겁고 차가운 현실에 쫓겨 우정, 사랑, 사회, 가족의 가치를 포기하는 우리 젊은이들처럼 주인공은 냉장고 속에 소중하고 해악인 것들을 집어넣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냉장고는 일종의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울한 서랍이 아닐까.

 

 다음으로는 카스테라이다. 주인공은 카스테라를 먹고 그 맛을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맛이었다.”라고 표현하였다. 무엇을 용서한다는 것일까. 지금까지 참은 배고픔에 대한 용서는 아닐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주인공은 가족, 사회, 세계로부터 격리당한 어떻게 보면 이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그에게 카스테라 한 조각은 그에게 큰 감동이자 위로로 찾아온 것이다. “그런 심한 상처를 받은 사람이 고작 카스테라 한 조각으로 모든 것을 용서했다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거창한 선물이나 과도한 배려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힘이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방향을 잃고 그저 하루하루를 전전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지만 따뜻한 위로, 카스테라 한 조각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참으로 피곤한 녀석이었다. 요즘같이 편의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시대에서 고작 20쪽 되는 소설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 시간의 몇십 배는 더 사용하다니. 그렇지만 또 동시에 진귀한 경험이었다. 정답을 알아맞히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고민한 적은 있어도 냉장고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없지 않았던가. 소설이 주는 불편함이 몰아넣는 공상의 세계란 순수하고 신비롭다. 온갖 편의를 추구하는 세상에서 적어도 인간 본성의 영역을 다루는, 예술을 즐길 때만큼은 작은 불편함을 좇아보는 것은 어떠한가.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개입하지 않는 오직 너만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니 분명 후회하지 않는 귀중한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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